
이례적인 지하수 유출량, 사고의 핵심 요인으로 주목.
경기 광명 신안산선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붕괴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하수 관리 소홀 문제가 집중 조명되고 있다. 공사 현장에서는 이례적으로 많은 양의 지하수가 흘러나온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반 침하를 유발할 수 있는 지하수 누출을 공사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 문제로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공받은 '신안산선 복선전철(본선 1구간) 사후환경영향조사 결과 통보서'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공사 현장에서는 지난해 4분기에 하루 평균 1626톤의 지하수를 퍼내며 작업했다. 이는 같은 기간 다른 구간 공사 현장 배출량의 최대 4배에 달하는 규모로, 지난해 1분기 일평균 946톤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4분기에는 1600톤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설계도면 분석 결과, 붕괴 지점 주변 지표면의 3m 아래에 지하수가 흐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지하터널 상부에서 다량의 지하수가 모래질 토양을 쓸어내 터널 붕괴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은 2019년 환경영향평가에서도 "대규모 지하수 유출에 따른 지반침하 등 구조물의 안정성 문제와 인근 지하수 시설에 대한 영향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제시된 바 있어, 초기 단계부터 위험성이 인지되었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사비 상승과 공정률 지연, 안전 관리 소홀로 이어졌나.
이찬우 한국건설사회환경학회 회장은 "비정상적 규모로 지하수가 쏟아져 나온 것으로 보아 비용 문제로 '차수 공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하수 차단 공사는 공사비와 공기가 추가로 소요되기 때문에, 높은 공사비와 낮은 공정률에 쫓겨 제대로 된 물 관리를 건너뛰고 '빨리빨리' 공사를 진행하려다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안산선 공사가 진행된 2020년부터 5년간 건설 공사비는 약 3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올해 4월 개통 예정이었던 신안산선은 개통 1년을 앞둔 지난해 5월 공정률이 39.4%에 불과했다. 이에 국토부와 사업시행자인 넥스트레인은 협의를 통해 공사 기간을 20개월 연장했으며, 당시 넥스트레인 측에서는 48개월 연장안까지 제시했다가 20개월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내년 12월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신안산선 전체 구간의 공정률은 현재 55%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공사 지연과 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시공사가 지하수 관리에 필요한 추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공사를 서둘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지반 침하의 위험성을 정확하게 평가해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암질 취약성을 정확히 반영하는 방식으로 지하안전영향평가를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
지하안전평가 방식의 근본적 문제점과 개선 필요성.
이번 사고는 현행 지하안전영향평가 방식의 한계를 드러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 기존 지하안전영향평가 방식으로는 지하수 등에 따른 지반침하 위험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지반 침하 위험을 추정할 때 물의 영향으로 유실되기 쉬운 '토사의 특성'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재 평가 방식은 토사를 '콘크리트'와 같은 하나의 단단한 덩어리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지하수가 토사를 침식하거나 쓸어가는 현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위험성이 과소평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하수는 모래나 점토 등의 미세한 입자를 서서히 침식시키거나 씻어내는 '파이핑(piping)' 현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반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이찬우 회장은 "지반 침하의 위험성을 정확하게 평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암질 취약성을 정확히 반영하는 방식으로 지하안전영향평가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하 공사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평가 방식의 근본적인 개선과 함께, 공사 일정이나 비용보다 안전을 우선시하는 건설 문화의 정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